가리사니의 조각들...
가리사니, 회상

현재 접속한 주소( https://gs.saro.me )는 본래 가리사니 개발자 공간의 주소이다.

가리사니 개발자 공간은 오늘부로 막을 내리게 되었으며, 나의 개인 블로그로 교체되었다.

가리사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90년대 포켓몬스터 게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나도 저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게임 만드는 법을 찾곤 했다. 당시는 나이도 어렸고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던 때라 게임 만들기 툴을 사용하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아마추어 게임 만들기 사이트를 만들었고 2000년도 초반에는 그럭저럭 회원 수도 확보되고 운영도 잘 되었다.

그러다 2004년쯤 당시 사이트 제작에 사용된 위저드의 보안 취약점으로 사이트가 해킹되었지만 당시 나는 고교 운동선수였고 합숙 중이라 손쓸 방법이 없었다. (그날 새벽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길도 모르는 시골 한복판 신분증 검사를 안 하는 PC방을 찾아 돌아다니다 DB를 열어봤지만 이미 늦었다.)

그 뒤로도 사이트를 여러 번 다시 만들었지만... 다시 예전처럼 사람을 모을 수 없었다.

어릴 적, 나는 게임을 미친 듯이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에는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사실 내가 좋아했던 건 게임이 아닌 프로그램을 만들고 배포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2007년엔 게임 만들기 커뮤니티가 아닌 "테라시아"라는 프로그래밍 커뮤니티를 만들고 각종 강의를 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강의도 올려보고 부가기능도 만들어 봤지만. 부가기능은 인기를 얻었지만 사이트의 주제를 변경시켰기에 분리시켰고... 강의를 올리면 올릴수록 커뮤니티보단 개인 블로그 느낌으로 변했다.

사이트 이름도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지각이나 사물을 분간할 실마리 뜻을 가진 "가리사니"로 변경해 보고 그 밖에 많은 시도도 해보았다.

나는 하고 있는 개인 프로젝트가 많아 주기적으로 프로젝트들을 정리한다. 그러다 2023년에 조금 큰 개인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했고 정리할 프로젝트를 보다 가리사니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아니 혼자 쓰는 커뮤니티더라도 접지 않았던 가리사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원했던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며 즐기는 모습을 원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모습은 창작가에 가까운 모습이었고, 실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즉, 이런 커뮤니티의 모습은 단지 나의 이상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이제 가리사니를 보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변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개발이 좋다.

가리사니 개발자 공간 (2007년 2월 22일 - 2024년 2월 5일)